이상심리학의 역사
오늘날 이상심리라고 하면 정신병처럼 심한 심리적 장애에서부터 신경증, 성격장애 그리고 일시적인 적응장애를 포함하는 넓은 분야의 인간의 정서, 인지, 행동의 장애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상심리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정신병을 위주로 한 역사를 말하게 된다. 즉 역사적으로 정신병을 어떻게 개념화했고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① 고대사회: 초자연적인 이해
고대 원시사회에서는 동서양의 구분 없이 정신병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이해하였다. 즉 신의 특별한 계사를 받았다거나 저주를 받았다고 여기거나 귀신이 들렸다고 여겼다. 이러한 이해에 따라서 정신이상이나 이상행동을 고치는 방법도 초자연적 방법을 적용하였다. 귀신을 달래는 굿을 한다거나 귀신을 쫓는 의례를 시행하였다.
② 그리스 로마시대
그리스 로마시대는 이전의 원시시대에서 이상심리를 초자연적 힘으로 본 것과는 달리 과학적 입장에서 설명하였다. 이 시기는 신 중심이 아닌 인간중심의 사회(흔히 이를 헬레니즘이라 한다)였기 때문에 이상심리에 대해서도 신의 형별이나 초자연적인 힘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상심리의 과학적 발전에 공헌한 히포크라테스의 업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그는 직접 심리적 장애를 관찰해서 객관적으로 기술하였다. 둘째, 그는 처음으로 이상행동에 관한 신체 의학적 또는 생물적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환경적 자극이 심리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인정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신체적 요소가 심리적 장애를 일으킨다고 하였다. 셋째, 그는 최초로 심리적 장애를 분류하여 조증, 우울증, 그리고 광증으로 구분하였다.
③ 서양중세의 귀신론
중세에는 심리적 장애에 대한 과학적 접근 대신에 고대의 미신적인 견해나 귀신론적 입장이 성행하였다. 이 당시에는 귀신이나 악령이 사람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정신병자를 과학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을 방해했고 거의 천년 동안 초자연적 입장이 지배하게 되었다.
중세에 심리적 장애로 독특하게 알려진 것이 있다. 즉 무도병이라는 것과 늑대가 되었다는 망상이다. 또한 어린이들이 집단으로 가출하는 장애로 있었다. 이런 증상의 일부는 오늘날 집단히스테리로 볼 수 있는데 어떤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병리현상들이 이 시대의 미신적인 사고방식이나 신비주의적 경향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치료는 초자연적 방식과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탄과 연관해서 정신병자를 귀신들린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가혹한 벌을 줌으로써 귀신을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오늘날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은 귀신들린 것으로 보고 귀신을 태워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④ 중세 이후의 발전
중세의 마법과 귀신론의 영향으로 정신장애자의 처우는 19세기까지도 동물이나 죄수와 같이 열악하였다. 그러나 서서히 인도주의적인 처우와 과학적 접근이 진전되었다. 1500년대를 넘어서면서 정신병자의 수용기관이 감옥소와 같은 곳에서 서서히 정신병원이나 요양소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말이 정신병원이나 요양소이지 실제는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정신병자에게 인간적 처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Pinel(1745-1826)은 정신병자의 쇠사슬을 제거하고 환자를 죄수가 아니라 병자로 보고 친절과 관심을 가지고 치료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는 실제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그가 주장한 방식대로 실험적인 치료를 시행하였는데, 그의 실험적 치료는 크게 성공하여 전 병원에 이런 치료방식이 확대되었다. 그는 이런 인도주의적 치료법을 도덕치료라고 하였는데 치료효과가 경이적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⑤ 근대 과학적 접근의 시작
16세기에 비롯된 인간의 해부학이나 생리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 힘입어 이상행동에 대한 경험적이면서 자연주의적인 학설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는 모든 이상행동이나 정신병리의 원인을 뇌의 기질적인 병변에서 찾고자 하였다.
⑥ 심리학설의 출현
현대 정신사에 큰 영향을 미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설이 이상행동에 관한 심리학적인 학설로 제창된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지만 이런 심리학적인 학설이 대두되기까지는 1세기 이상의 임상가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 동물자기설(animal magnetism)이라 불리는 학설에서는 유기체의 자기 흐름에 불균형이 초래될 때 병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하였으며, 히스테리나 간질을 이러한 학설로 설명하였다. 또한 19세기 후반의 최면술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발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프로이트는 처음으로 신경증의 원인과 치료에 있어서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으로서, 정신분석학에서 제시되고 있는 많은 임상적 추론과 이론적 개념은 이상심리학의 이론과 실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부분의 인간행동은 무의식적 동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무의식의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많은 환자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동기가 있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즉 환자와 환자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의식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⑦ 이상행동의 측정과 관찰: 기술정신의학의 발달과 심리검사의 시작
19세기 후반 무렵, 기술정신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질 만큼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분류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 Kraepelin은 정신질환자의 증상을 관찰하고 정신질환의 유형을 분류했다. 특히 그는 정신의학이 의학의 특수한 분야라는 것을 강조했고 정신병을 조울병(manic-depressive illness)과 조발성 치매(dementia praecox)로 분류했는데, 이러한 분류는 오늘날 진단분류체계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19세기 후반,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측정하려는 과학적인 연구가 시도되어 다양한 지능검사, 성격검사가 개발되기에 이르렀다.
⑧ 최근동향
2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상심리학 분야는 실험과학과 경험적인 연구에 의존해서 기질적 접근과 심리적 접근의 통합적 접근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신역동적 정신병리이론이 임상실제와 연구분야에서 도전 받으면서 개인심리학적 접근에서도 행동주의적 접근과 현상학적 인간주의적 접근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가족체계를 비롯해서 사회환경의 영향에 관한 이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1950년대 항정신 약물이 개발되고 대형 정신병원에 장기수용되었던 정신병 환자들이 외래치료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지역사회적 접근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었다. 이런 추세에 따라서 사회환경과 개인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이론 모형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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