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치료를 위한 인지행동 접근
(1) 인지행동치료를 하기 위한 기초작업
① 우울증 환자의 평가
모든 인지행동치료에서 환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치료의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우울증 치료 에서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정확한 진단은 우울증의 경과나 예후를 예측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하고 치료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다루어야할지를 정하는데도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② 라포형성
라포는 모든 치료에서 중요하지만 우울증환자를 치료하는 초반작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초가 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 자신이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또 에너지 수준이 낮아 스스로 노력하고 협력해야 하는 치료에 참여하기를 꺼린다. 그러므로 치료자가 치료경험에 근거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라포를 형성하는 주된 방법은 결국 치료자가 환자에 대한 따뜻하고도 진정한 관심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인지치료의 교육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치료의 매 단계에서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자는 일종의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을 맡으며, 환자의 트레이너의 가이드와 도움을 받아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치료 초기부터 인지모델과 인지행동치료의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환자에게 치료에서 앞으로 어떤 작업을 같이 하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④ 사례의 개념화
환자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가지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략이라도 개념화를 하게 되면 치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치료자가 사례를 잘 개념화하게 되면 치료의 초점을 제대로 잡게 되면 치료의 초점을 제대로 잡게 되며, 환자의 행동을 잘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어 치료의 진행을 환자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부분은 환자가 어떤 역기능적 가정 혹은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2) 인지치료의 치료초기
치료의 초반부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활동을 늘리고, 환자의 우울한 기분과 관련 있는 자동적 사고를 찾아내고 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환자의 우울증상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환자로 하여금 앞으로 우울증이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통제감을 심어주게 된다.
1) 행동기법
우울증 환자의 증상이 심할수록 또 일상생활의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을수록 인지기법에 앞서 행동기법을 적용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즐거움을 주는 활동 증가시키기, 주간활동계획 사용하기, 점진적 과제부여법을 사용하면 특히 치료 초기에 환자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어 무력감을 극복하고 자기 효능감을 고취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행동치료에서는 행동 그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인지행동치료에서는 행동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행동변화를 통하여 환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2) 인지기법
우울증 환자에게 인지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 우울한 기분과 관계가 깊다는 인지가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확실히 되어 있어야 한다. 치료 초반에는 주로 자동적 사고를 포착하고, 이를 검토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치료 초반부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믿는데서 거리를 둘 수 있어 치료 효과를 가진다.
우울증 환자들이 자주 보이는 인지적 오류
인지적 오류 예 |
<흑백논리> 어떤 일을 극단의 두 범주로 나누어 평가하는 경우. 예) 입학시험에 떨어졌을 때‘나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나는 인생의 낙오자야’라고 생각함 |
<지나친 일반화> 자신에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에 대해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ㄱ도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확대하여 생각하는 경우 (언제나, 항상), 예) 약속시간에 늦거나 어떤 실수를 한 경우 자신에게 ‘ 나는 항상 늦는 사람이야.’ ‘나는 언제나 실수를 해.’등과 같은 확대해서 의미를 부여함. |
<부정적 사고의 강조> 한가지 좋지 않은 일에 골몰하여 나머지 긍정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 예)여러 사람이 칭찬을 하는데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바판했을 경우 자신이 잘못했다고 스스로 결론지음. |
<평가절하적 사고>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것들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 시키는 경우. 예)잘 성취한 일에 대해 다른사람이 칭찬할 때 속으로 말하기를 ‘나는 칭찬받을 만큼 잘하지 못했어.’ 혹은 ‘그저 사탕발림으로 한 애기일 뿐이야.’라고 자신의 능력을 비하시킴 |
<성급한 결론> 특별한 근거없이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경우 1)그릇된 마음읽기: 독심술 같이 다른사람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자신이 안다고 확신하는 경우. 예)친한 친구가 며칠 연락이 없자 ‘이젠 날 좋아하지 않아서 일거야.’라고 혼자 생각하였는데, 사실 친구는 해외여행 중이었음. 2)비현실적 예언: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것이 기정사실인양 행동하는 경우 예) 연극배우가 연극전에 ‘망칠거야. 결국 난 바보꼴이 되겠지?’라고 불안한 기분을 계속 되뇌이면서 연극을 한 후 ‘내 생각대로야. 내 생각같이 결국 망쳤잖아.’라고 생각함 |
<사고의 확대와 축소> 자신의 좋지 않은 면은 확대하고 좋은 면은 축소하는 경우. 예) 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실수로 틀렸을 경우. ‘그런 실수는 멍청이나 하는 짓이다.’라고 자신의 실수를 확대해석하고, 우등상을 받고도 ‘이것은 조금만 노력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어.’라고 자신의 능력을 축소시킴. |
<감정적 추론> 자신의 감정을 진리의 증거로 생각하는 경우. 예) 어떤 일을 할 때 질리고 무력한 느낌이 들 경우, ‘따라서 나는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하거나, ‘난 죄진 것 같은 느낌이야.’라고 생각할 때 이것을 나쁜 일을 했다는 뜻으로 단정함. |
(3) 인지행동치료의 중반작업
인지행동치료에서 초반작업의 목표가 자동적 사고를 파악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통해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경직되고 고정된 사고틀에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면 치료중반과 후반작업의 목표는 환자의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의 성패는 재발을 얼마나 예방하는 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동적 사고가 파생되어 나오는 핵심 가정이나 신념을 바꿈으로써 이후에 우울증이 재발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중반이후의 작업이 인지행동치료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역기능적 사고나 핵심신념을 바꾸는 인지기법 외에도 환자의 문제에 따라 자기주장훈련, 사회기술훈련 등 다양한 행동기법을 사용 할 수 있다. 행동기법에 대해서는 여러 참고서적이 나와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중반작업의 인지기법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도록 하겠다.(김영환, 백용매, 홍상환, 2000; Goldfried 1994)
1)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발견하기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은 자기 자신이나 주위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이고 추상화된 진술이다. 자동적 사고가 다양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에게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사고라면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일반화된 사고이다. 자동적 사고는 사람들의 마음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에서부터 파생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동적 사고가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관찰되는 반면에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은 의식의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가정은 대개 “...해야 한다”나 “만인 ....하면 ....일것이다”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행동이나 기대의 방향을 정하는 원칙처럼 작용한다.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발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난 자동적 사고를 보고 유추하는 방법이며, 두 번째 방법은 화살표를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동적 사고의 의미를 계속 추적해 가봄으로써 이 환자의 삶에 보다 일반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핵심신념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2)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재구성하기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은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에 관계된 생각이 아니고 자신과 인생전반에 관련된 더 추상화된 가정이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적인 가정이나 신념을 좀 더 타당한 가정으로 변화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울증 환자가 살아오면서 과거 어느 시점에서는 이러한 가정이 살아가는데 유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 기본 가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치료자는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변화시키는데 상당한 시간과 끈기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꾸준히 이를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한다. 역기능적 가정이나 핵심신념을 재구성하는 것은 우울증 환자가 미래에 힘든 일울 만날 때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4) 인지행동치료의 종결작업
인지행동치료는 대개 단기간 치료이기 때문에 치료의 종결이 정신역동적 치료나 기타 다른 치료에 비해 덜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치료 후반부에 갈수록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료의 종결 후 스스로 치료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용이한 편이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에서도 환자로 하여금 치료효과를 굳건히 하고 미래에 잘 대비하게 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종결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종결작업에서 다루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100% 치료되지 않았는데 치료를 종결하는 것에 대해 불안을 나타낼 수 있다. 치료자는 환자에게 치료가 계속 일어나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그동안 치료과정 중에 환자의 우울증이 감소했을 때 어떤 과정을 통해 우울증이 감소했는지 정리해봄으로써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둘째, 환자로 하여금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치면 우울증이 다시 심해질 것 같은지 예상해보도록 하고, 이를 어떻게 다룰지 검토한다. 이 때 역할연기를 통해 환자가 어떻게 대처할 지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환자가 종결과 관련지어 원망, 섭섭함, 슬픔 등의 감정이 있을 때 이를 표현하게 해주고 이를 다루어준다.
필자는 단기의 치료가 끝난 다음 한 두 달 후 “추후회기(booster session)"를 반드시 잡아놓음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이 기간이 치료를 받지 않고 혼자 생활해 보는 일종의 연습기간인 것처럼 설정한다. 또한 추후회기 전에라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치료자에게 연락해도 좋다는 말을 함으로써 이 기간 동안에 치료자가 든든한 후원자로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지행동치료자에 따라서는 종결할 때 회기를 점진적으로 줄여 가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인지행동치료에서 종결은 환자의 증상을 완전히 치료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치료에서 배운 우울증의 극복 방법을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적용해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진다고 불 수 있다. 치료의 마무리를 얼마나 잘 하는가가 치료성과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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